한 채널에서 잘 팔리는 회사는 그 채널을 건드리기 무섭다. 건드려서 나빠지면 전부가 나빠지기 때문이다.
아이시컴퍼니가 그런 상태였다. 매출 대부분이 쿠팡에서 나왔고, 쿠팡 광고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.
잘 되고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이유
한 채널 의존의 위험은 성과가 나쁠 때가 아니라 좋을 때 쌓인다. 수수료 정책이 바뀌거나, 노출 규칙이 바뀌거나, 경쟁사가 같은 자리에 들어오면 회사 전체가 한꺼번에 흔들린다. 대비할 시간이 없다.
그래서 잘 되는 채널을 줄이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다. 쿠팡은 그대로 두고, 자사몰 쪽에 광고 채널을 새로 세우기로 했다.
광고보다 먼저 한 일: 상품별 실제 판매가 확보
새 채널을 켜기 전에 요청한 것이 하나 있다. 상품별 실제 판매가와 구매 금액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.
이유는 단순하다. 채널을 여러 개 돌리는 순간, 예산 배분은 채널별 수익성 비교로 결정된다. 그런데 판매가가 상품마다 다르고 할인율도 다르면, 겉보기 매출 기준 ROAS는 실제 수익성과 어긋난다. 그 상태에서 예산을 옮기면 잘못된 쪽으로 옮기게 된다.
새 채널의 성패는 채널을 켜는 기술이 아니라 비교할 자를 먼저 만들었는지에 달린다.
신규 채널은 처음엔 반드시 나쁘게 나온다
메타 광고를 먼저 세팅했다. 첫 주 전환은 3건이었다. 네이버 디스플레이 광고도 붙였는데, 첫 주 ROAS는 65%였다. 광고비만큼도 못 버는 상태다.
이 구간에서 대부분 접는다. 쿠팡 광고는 ROAS 300%대로 안정적으로 돌고 있는데, 새 채널은 100%도 안 나오니 당장 예산을 되돌리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.
되돌리지 않았다. 전환 데이터가 쌓이기 전의 광고는 어느 채널에서든 비싸게 나오기 때문이다. 대신 그 구간 동안 예산을 흔들지 않고 소재와 타겟만 조정했다. 성과가 나는 소재가 한 종에 몰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, 같은 디자인에 카피만 바꾼 것과 같은 카피에 이미지만 바꾼 것을 나눠 테스트했다.
결과: 전환 22배, 전환당 비용 61% 감소
메타 주간 전환은 3건에서 66건이 됐다. 22배다.
네이버 디스플레이는 주간 전환 7건에서 83건으로 늘었고, 전환 한 건당 비용은 32,634원에서 12,627원으로 61% 줄었다. ROAS는 65%에서 시작해 245%까지 올라갔고 이후 218% 선에서 자리를 잡았다.
같은 기간 검색광고 ROAS도 339%에서 486%로 올랐다. 새 채널이 유입을 넓히면서 브랜드를 찾는 검색이 함께 늘어난 효과로 보고 있다.
쿠팡은 줄이지 않았다. 늘어난 것은 자사몰 쪽 채널이고, 회사의 매출이 서는 다리가 하나에서 셋이 됐다.
정리
채널 다변화는 잘 되는 채널을 줄이는 일이 아니다. 새 채널이 자기 발로 설 때까지 기준을 붙들어 주는 일이다.
그러려면 채널끼리 비교할 수 있는 정확한 수익 데이터가 먼저 있어야 한다. 그 자가 없으면 초기의 나쁜 숫자가 채널 탓인지 학습 구간 탓인지 구분되지 않고, 구분되지 않으면 대개 꺼버리는 쪽으로 결정이 난다.